나머지는 여기에

[사회] 외계어 같은 인터넷 신조어들

프리온라인 2009. 4. 8. 01:07
[사회] 외계어 같은 인터넷 신조어들
직장인 임승배(52)씨는 고등학교 3학년 아들이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친구와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들여다보다 깜짝 놀랐다. 아들이 대화창에 적은 “솔까말 수능보기 전까지만 해도 듣보잡 대학은 아오안이었는데”란 글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임씨는 “나름대로 아들 세대의 언어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 ‘지못미(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를 알고 있는 정도로는 아들과 또래 친구처럼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없다”며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인터넷 용어들 때문에 부모와 아이들 간의 언어 세대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제 인터넷은 책이나 신문, 텔레비전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전세계인이 함께 살고 있는 ‘또 하나의 행성’ 인터넷 안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신조어가 나타나고 사라진다. ‘덧글’ ‘몸짱’ ‘폐인’ 등 우리 귀에 익숙한 단어들도 불과 몇 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하나의 단어로 정착되어 국민 대다수가 공공연히 사용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 속에는 표준어에 익숙한 사람을 순식간에 이방인으로 만들어 버리는 외계어 같은 신조어들이 우글우글하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인터넷 신조어들은 세대 간의 언어 문화를 단절시키는 주요 요인이라는 지적도 많다.

대중문화 평론가 정덕현씨는 “지금 시대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과도기이며, 그 문화의 충돌이 표면화되고 있는 시기”라며 “자생적인 디지털 문화는 막을 수 없는 변화”라고 말했다. 정씨는 “옳다 그르다를 논하기보다 긍정적 방향으로 디지털 문화를 이끌 수 있는 규범이 자생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넷과 친하지 않은 기성세대들을 위해 요즘 인터넷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는 신조어를 알아보자.


어려운 경제·취업난을 반영한 말들

●이구백
 20대 90%가 백수라는 뜻.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에서 발전한 말.  
삼일절 31세까지 취업 못하면 취업길 막힌다.
●토폐인 토익이 만병통치약인 줄 알고 토익만 공부했다가 취업 못하고 폐인 된 족속.
●A매치 데이   금감원·한국은행 등 높은 급여와 복지, 정년을 보장하는 국책은행들의 입사시험이 겹친 날.
●3대 입시 클러스터 고교 때는 대치동 학원가, 대학시절에는 신림동 고시촌, 졸업 뒤엔 노량진 공무원 학원가.
●취업 5종 세트 어학연수, 공모전 수상, 인턴, 봉사활동, 자격증.
●38선 사기업 체감 정년 38세.
●면창족 명예퇴직 압력에 일없이 창문만 보는 임원.
조기 조기 퇴직자.
●십장생 10대도 장차 백수가 될 것을 생각해야 한다.


무조건 짧게! 암호 같은 줄임말

●부친남 ‘부인 친구의 남편’. 마누라가 남편을 비교하는 대상이 완벽하고 모자랄 것 없는 친구의 남편이라는 데서 유래됐다. 능력·성격·외모가 완벽한 사람. 비슷한 용어로 엄친아(엄마 친구의 아들). 아친딸(아빠 친구의 딸) 등이 있다.    
●솔까말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듣보잡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다한 것’.
●인개축 ‘인터넷 개통을 축하합니다’. 속뜻은 ‘이미 모두가 아는 이야기(행동)를 한 것’을 비꼬는 말이다. 온라인에서 철 지난 유머를 구사하거나 뒷북을 치는 것을 빗댄 표현이기도 하다.
●아오안 ‘Out of  안중’. 관심이 전혀 없다, 안중에 없다는 뜻.
●열폭 ‘열등감 폭발’. 성공하거나 잘난 사람을 보거나, 어떤 일에 대해 열등감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반응하는 것. 악플에서 많이 사용한다. 
●걸조 ‘걸어 다니는 조각’. 매우 잘생긴 사람. 유사어로 ‘걸바(걸어 다니는 바비 인형)’가 있다.


오타쿠? 오덕후? … 비유어들

완전체 여자 성격이 나쁘다거나 악의적으로 상대를 곤경에 빠트리는 것은 아니지만 종잡을 수 없는 말과 행동으로 남자를 혼란에 빠트리는 여성. 주어진 상황이나 질문에 대해 상식 범위를 한참 벗어난 반응을 보이는 여성.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쓰인다.
●낚시 미끼에 물고기가 속아 넘어가는 것처럼 사기를 쳐 사람을 속이거나 속임을 당하는 것.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자극적 제목을 단 글처럼 내용과 제목이 다르거나 내용이 너무 빈약한 경우 ‘낚시 글’ 또는 ‘낚시성 기사’라고 한다.
●오덕후 일본어 ‘오타쿠’의 변형. 어떤 장르나 대상에 심취한 사람.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아이돌 그룹에 깊은 관심을 가진 경우가 많다. 정도가 심한 이들은 ‘십(10)덕후’라고도 불린다.
●말갈족 원래는 6~7세기 만주 북동부에 살던 종족 이름이지만 인터넷에서는 대략 얼굴이 크고 매우 긴 형상을 가진 사람을 지칭하는 표현. 
●욕설 대신 사용되는 게시판, 도라지, 18센티 등의 어감 강한 단어들
“10색 볼펜아” “이 게시판 도라지야” “18센티 광케이블아” “이 물방개 새우과자야” 등.


딩크족·여피족… 진화하는 신인류

●그루밍(grooming)족
자신을 꾸미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 남성을 가리킨다. 그루밍은 여성의 뷰티(beauty)에 해당하는 남성의 미용용어로 마부(groom)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을 시켜주는 데서 유래한 말. 이들은 피부와 모발관리는 물론 성형수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외모가 제2의 경쟁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자신의 업무와 비즈니스 능력을 돋보이게 하려는 그루밍족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웹시(Websy)족 웹(web)과 미시(missy)의 합성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고 쇼핑을 즐기는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젊은 주부를 가리키는 말이다. 육아, 쇼핑, 여가 생활 등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얻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이버 동호회에 가입해 활동한다. 웹시족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겨냥한 여성 전용 포털이나 쇼핑몰도 늘어나고 있다.
●루비(RUBY)족 나이는 40~50대면서 외모는 30대이고 경제력을 갖춰 자신을 가꾸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 여성들을 가리킨다. ‘아줌마 스타일’보다 젊고 트렌디한 스타일을 선호한다. Refresh(상쾌한), Uncommon(평범하지 않은), Beautiful(아름다운), Young(젊은)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지난해 KBS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연기자 장미희의 배역이 대표적 표본이다.
●나이트쿠스(NIGHTCUS)족 밤을 뜻하는 나이트에 인간을 뜻하는 접미사(CUS)를 붙여 만든 신조어. 사람들이 단잠에 빠지는 오후 10시∼오전 2시에 더 활동적인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대학생들과 30대 초반의 신세대 직장인이 주류를 이룬다.
●쿠거족   쿠거는 북미에 서식하는 고양이과의 동물. 먹이를 찾을 때까지 어슬렁거리는 특징을 갖고 있다. 쿠거처럼 밤늦게 파트너를 찾아 헤매는 나이 든 여성을 뜻하는 속어로 쓰인다. 어린 남자와 데이트하거나 결혼하는 여성이라는 의미로까지 발전했다.
●캥거루족 대학 졸업 후 취직할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취직하지 않고 부모님에게 얹혀 사는 사람을 말한다. 취직을 했는데도 임금이 적어 독립을 못하거나 정신적인 문제로 부모에게 얹혀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캥거루족에 속한다.
●헝그리 어답터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신제품을 구입할 여유가 없는데도 신제품이라면 꼭 구입해 사용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소비자들을 말한다. 이들은 사용하던 중고품을 팔아 신제품 살 돈을 마련한다. 새로운 제품을 남보다 빨리 구입하는 ‘얼리 어답터’에서 파생된 말이다.


/ 김샛별 인턴기자 samangga@naver.com
  양가온 인턴기자 gogao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