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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평가보고서 - 8급으로 올라가는 길

프리온라인 2008. 8. 17. 00:54

 

8급으로 진급하기 위해 거쳐가야 하는 과정이다.

나중에 7급 진급할 때가 되면 다시 한번 열어보겠지?

그 때는 지금보다 더 신경써서 해야지.

이번에는 너무 날림공사를 했다.

 

PPT 만들어서 제출하라는 안내메일이 도착한 건 한 달 전인데,

여기에 손대기 시작한 건, 제출전날 일요일 오후 10시. -_-

나에게 남은 시간은 12시간. 출근시간을 빼면 11시간이었다.

머리속이 하얀 상태로, 삽화그림만 몇 시간 찾았는지 모른다. ㅋ

 

어쨌든 새벽 6시 반, PPT를 거의 완성하고 한숨도 안 자고 출근을 했다.

10시까지 제출해야 한다고 마냥 시간을 끌 수도 없었다.

나는 9시 반에 충무로관 정리를 하기로 해야 해서 남들 출근하기 전에 대강 마무리를 했다.

출근하는 계장님을 보자마자 붙잡아서 살짝 검토를 받고난 뒤

인사팀장님께 자료를 전송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이틀 후, 수요일은 그 자료를 가지고 PT를 해야 하는 날이었다.

자료를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걱정이 덜했지만

다른 동기들이 리허설을 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덮어둘 수만도 없었다.

나는 우리 일곱동기 중에서 2번을 배정받았다.

시간이 다가오니 손에 일도 잡히지 않고 엉거주춤 선 채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틀동안 단 한 번도 리허설을 해본 적이 없었다.

제한시간이 10~15분으로 정해진 프레젠테이션인 만큼 적어도 한 번의 리허설은 필수였다.

한 거라고는 고작 머릿속으로 이미지트레이닝 한 게 전부다.

 

오후 4시 20분. 예정보다 20분 늦게 내 차례가 왔다.

총괄지원팀 선생님의 안내를 받아 4층 대회의실로 올라갔다.

 

'똑똑'

 

문을 열고 엉거주춤 들어서서 인사했다. 어느 포인트에서 인사를 해야 할지 몰랐다.

길게 생긴 회의실의 정면에는 내가 만든 PPT자료의 첫 페이지가 스크린에 보여지고 있었고,

심사위원 다섯 명은 화면을 왼쪽으로 두고 차례로 길게 앉아 있었다.

나는 스크린 오른쪽 끝 단상 앞에 서서 노트북과 정면의 스크린을 번갈아 보며 진행했다.

 

10분으로 제한된 시간을 넘기지 않고 주절주절 잘도 떠들었다.

나머지 10분은 심사위원과 마주 앉아 질의응답으로 보냈다.

아는 얘기는 아는대로, 모르는 얘기는 얼버무리고 넘어갔다.

심사는 20분 정도로 끝이 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회의실을 나왔다.

기분이 매우 상쾌했다. 잘했든 못했든...

2년 반 전, 입사 시험에서 총장님 최종면접을 보고 나왔던 때와 기분과 비슷했다.

 

결과는 다음주 인사위원회를 거쳐 결정된다.

나를 8급 진급에서 떨어뜨릴 거란 걱정은 안 한다.

6급 계장 진급도 아니고 말단 사원 진급에서 날 떨어뜨려?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 열심히 했으면 진급시켜주겠지 하는 마음이다.

아, 갑자기 이병에서 일병 진급하던 때가 생각난다. 눈물 나네, 젠장 씨... ㅠㅠ

 

아무튼 지금은 즐거운 마음으로 자료를 올려놓는다.

PPT자료에는 읽기 쓰기 비밀번호가 걸려 있어서 다른 분들은 볼 수가 없을 거다.

혹시 그 비밀번호 나도 까먹을지 몰라 힌트를 남겨 놓는다.

 

비밀번호 힌트는 : oool

 

 

자기평가보고서(최우석).ppt
1.22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