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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ㄴㄷㄹㅁㅂㅅㅇㅈㅊㅋㅌㅍㅎ

프리온라인 2005. 3. 27. 03:34

오늘은 우리말 자음에 대해 알아볼까...

ㄱㄴㄷㄹㅁㅂㅅㅇㅈㅊㅋㅌㅍㅎ (14개)

각각의 이름을 잘 기억해 두자. 'a'의 이름은 [ei]인 것처럼
(영어이름이 [ei]일 뿐,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a]라고 부른다.)
우리 자음에도 예쁜 이름이 있다. 자음들아, 자기소개 하자..

기역 -> 잘 틀린다.
니은
디귿 -> 잘 틀린다.
리을
미음
비읍
시옷 -> 잘 틀린다.
이응
지읒
치읓
키읔 -> 키옄이 아니다. 조심!
티읕 -> 티긑이 아니다. 조심!
피읖
히읗


Q. 왜 기윽, 디읃, 시읏이 아닐까... 헷갈리게시리...


그렇다. 모두 같은 형식으로 이름이 붙었는데,
걔들 셋만 이름이 독특하다. 북한도 그럴까??
북한에서는 "자장면 통일하듯" 자음의 이름도 모두 통일해서
기윽, 니은, 디읃, 리을... 이라고 한단다.. ^^*

한편, 남한에서는 한글 자음의 이름을,
최세진의 <훈몽자회(訓蒙字會)>라는 책을 토대로 쓰고 있다.
이 책만이 유일하게 한글 자모의 이름을 적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한글을 소개하기 위해 한자를 사용했는데,
기윽...을 쓰려고 보니, '윽'이란 음을 가진 한자가 없었다.
최세진이 얼마나 난감했겠는가. -_- 대략 난감...

뭐라고 썼는지 직접 살펴보자.

=======================================================
初聲終聲通用八字

ㄱ 其役
ㄴ 尼隱
ㄷ 池[末]
ㄹ 梨乙
ㅁ 眉音
ㅂ 非邑
ㅅ 時[衣]
ㅇ 異疑

[末], [衣] 兩字只取本字之釋俚語爲聲
=======================================================



첫소리와 끝소리(받침)에 쓸 수 있는
여덟 개의 자음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자음 하나하나를 어떻게 읽는지 한자로 써 놓았다.
참 친절하신 분이다... ^^
그런데 마지막 줄을 보면,


[末], [衣] 두 자만은 한자의 "뜻"으로 읽으란다.

▶ 末 = 귿 말 (현재는 끝 말)
▶ 衣 = 옷 의

그래서 디귿이고, 시옷인 거다.

기역(其役)은.. 한자 그대로 읽어서 "기역"인 거다.



Q. 그러면... 윽 말고 읔도 없을 텐데 키읔은???
티읕은?? 지읒은?? 치읓은?? 히읗은??


그 책의 뒷부분을 더 보자.
=======================================================
初聲獨用八字

ㅋ[箕] ㅌ 治 ㅍ 皮 ㅈ 之 ㅊ 齒 △ 而 ㅇ 伊 ㅎ 屎

[箕]字亦取本字之釋俚語爲聲
=======================================================



첫소리에만 쓰고 받침으로는 쓸 수 없는
여덟개의 글자를 보여주고 있다.
역시 마지막 줄을 보면,


[箕] 글자는 한자의 "뜻"으로 읽으라고 써 놓았다.

▶ 箕 = 키 기 (오줌싸면 머리에 쓰는 그 "키"다...)



이게 전부다... -_- 더이상 이름이 없다. 책의 그 뒤에는
모음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을 그대로 따르자면, 한글 자음은 이렇게 된다.


기역, 니은, 디귿, .... , 이응, 지, 치, 키, 티, 피, 히.


어째 좀 이상하지 않은가. 운율도 맞지 않고... -_-;;
그래서 한글학자들이 그 책 내용을 유추해서 공식을 세운 거다.


공식으로 만들어진 이름 -> 지읒, 치읓, 키읔, 티읕, 피읖, 히읗


 


이제 우리 자음의 이름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겠지?


 




추가적으로...



Q. 혹시 "지읒이", "지읒을"은
[지으지], [지으즐]이라고 읽어야 되는 거 아닐까...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다.


아니다. 그냥 [지으시], [지으슬] 이라고 하면 된다.
한글맞춤법 맨 뒤쪽을 보면 ㅈ, ㅊ, ㅋ, ㅌ, ㅍ, ㅎ 만큼은
[지으시], [지으슬], [히으슬]...
이런 식으로 읽으라고 단서조항을 붙여놓았다. ^^ 예외인 거다.



하지만 자음 이름 ㅈ, ㅊ, ㅋ, ㅌ, ㅍ, ㅎ 외에는
받침 소리를 그대로 가지고 가는 게 맞다.
즉, 솥을... 은 [소틀] 이렇게 읽는 게 맞다는 거다.


발음들 해 보시라.

- 부엌에 들어가 봐라,
- 저 놈이 낫을 들고 설친다,
- 낮에 도둑질 하는 놈이 어딨냐,
- 놀다가 살갗을 다 태워먹었다,
- 마음은 콩밭에 가서 밭매고 있다,
- 팥으로 죽을 만들 수 있을까 없을까.
- 장산곶이 도대체 어디냐,
- 꽃아, 나비야, 바람아,
- 이별의 끝은 어디인가요,
- 쇼~! 끝은 없는 거야,
- 이 밤의 끝을 잡고.....



자, 발음이 영 이상하게 들린다면, 노력해 보자...


 


 


 


만약 10년 정도 계속 고쳐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래. 한글맞춤법이 바뀌겠지.


 


 


닭 -> 닥


솥 -> 솟


밭 -> 밧


살갗 -> 살갓


꽃 -> 꼿


 


 


 


이렇게 맞춤법이 바뀌지 않을까.. ^^


사실 이렇게 되면, 15C로 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ㅋㅋ

 

 

 

* 첨부자료 : 최세진의 <훈몽자회>의 그 부분.... ^^;;

첨부이미지
hunmongjahoi.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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