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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단축 근무 시작!

프리온라인 2006. 7. 3. 03:07

7월 3일부터 8월 18일까지 단축근무 시행

 

오늘 단축근무 시행 첫날이었다.

30분 늦는 건데도 얼마나 새삼스럽던지.

룰루랄라 출근을 했다.

 

업무는 업무대로 바삐 움직였다.

단축 근무를 하는 만큼 업무를 빨리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 부서가 타 부서와 관련이 많은 만큼

규정시간 내에 서류를 주고 받아야만 한다.

 

업무가 종료되기 1시간 전,

과장님이 슬쩍 던져놓은 한 마디.

 

" 오늘 날씨도 좋은데... "

 

이런. -_- 날이 좋으면 좋은대로, 궂으면 궂은대로 어김없이 찾아오는 술자리의 공포!

날이 좋으면 좋다는 핑계가, 비 오면 비가 온다는 핑계가 내 마음을 괴롭힌다.

 

" 비도 오는데... "

 

이게 비오는 날의 레퍼토리다. 눈이 오는 날은 어떨까....???

아무튼 모처럼 여유롭게 밀린 서류정리나 좀 해보려고 하면,

어떻게 아시고 꼭~ 술 마시러 가자고 하시는 과장님이, 그 때만큼은 참 밉다.

과장님이야 워낙 술을 잘 마시고 좋아하지만, 난 그게 아닌데 말이다.

 

내 얼굴은 이미 잔뜩 찌푸러져 있었다.

이건 참고 져주고 하는 문제가 아니다.

 

 

오후 3시에서 한 시간이 넘어서야 과장님의 업무가 종료됐다.

 

" 정리하자아! "

 

단축근무 첫날이니 정규 퇴근시간에 맞춰 퇴근해 주자는 과장님...

그러나 퇴근하고 술마시러 가면, 그게 무슨 정규 퇴근이 되냔 말이다.

나는 술 마시는 시간 동안은, 업무로 받는 스트레스의 두 배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속으로는 몇 번이나 되뇌였다.

그러나 상사의 말인데 그게 될 일인가.

엉거주춤 정리를 하려는데,

 

" 왜, 가기 싫냐? "

 

저 멀리서 들려오는 과장님의 확인 사살. -_-+

에라 모르겠다. 나 최우석. 당돌함 빼면 뭐가 남는가.

총장님을 상대로 화장실 속내를 털어놓았던 나이지 않은가.

솔직해지자.

 

" 네~~ (헤헤헤) "

 

솔직했다. 그리고 통했다..... 그러나 과장님은 삐쳤다.

아마 우리 과장님이 술 마시러 가자고 했을 때,

대놓고 싫다고 한 사람은 내가 최초였으리라.

다들 이런저런 핑계를 주절주절 대면서도 대부분은 따라 나서야 했을 테지만,

나는 단방에 거절을 해 버린 것이다.

 

과장님은 기분 잡친 듯,

 

" 그럼 오늘은 들어가자. 간다. "

 

매우 쌀쌀한 바람이 불었다.

에어컨 바람 때문은 아니었는데, 칼바람을 맞는 느낌이었다.

평소에 뒤끝이 없어 내가 참 좋아하는 과장님이지만,

어쩐지 오늘의 여파는 짧게 끝날 것 같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과장님도 나같은 놈은 처음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과장님.

술 못 하는 쫄따구 둘이나 쫓아가서,

꾸벅꾸벅 졸며 술과 씨름하며 분위기 깨는 것보다야

차라리 술 센 후배를 찾아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내심이 현명하지 않을는지요.

좋은 마음으로 후배를 챙겨주시는 것이라면

과장님의 그 마음만은 정말 고맙게 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