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단축 근무 시작!
7월 3일부터 8월 18일까지 단축근무 시행
오늘 단축근무 시행 첫날이었다.
30분 늦는 건데도 얼마나 새삼스럽던지.
룰루랄라 출근을 했다.
업무는 업무대로 바삐 움직였다.
단축 근무를 하는 만큼 업무를 빨리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 부서가 타 부서와 관련이 많은 만큼
규정시간 내에 서류를 주고 받아야만 한다.
업무가 종료되기 1시간 전,
과장님이 슬쩍 던져놓은 한 마디.
" 오늘 날씨도 좋은데... "
이런. -_- 날이 좋으면 좋은대로, 궂으면 궂은대로 어김없이 찾아오는 술자리의 공포!
날이 좋으면 좋다는 핑계가, 비 오면 비가 온다는 핑계가 내 마음을 괴롭힌다.
" 비도 오는데... "
이게 비오는 날의 레퍼토리다. 눈이 오는 날은 어떨까....???
아무튼 모처럼 여유롭게 밀린 서류정리나 좀 해보려고 하면,
어떻게 아시고 꼭~ 술 마시러 가자고 하시는 과장님이, 그 때만큼은 참 밉다.
과장님이야 워낙 술을 잘 마시고 좋아하지만, 난 그게 아닌데 말이다.
내 얼굴은 이미 잔뜩 찌푸러져 있었다.
이건 참고 져주고 하는 문제가 아니다.
오후 3시에서 한 시간이 넘어서야 과장님의 업무가 종료됐다.
" 정리하자아! "
단축근무 첫날이니 정규 퇴근시간에 맞춰 퇴근해 주자는 과장님...
그러나 퇴근하고 술마시러 가면, 그게 무슨 정규 퇴근이 되냔 말이다.
나는 술 마시는 시간 동안은, 업무로 받는 스트레스의 두 배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속으로는 몇 번이나 되뇌였다.
그러나 상사의 말인데 그게 될 일인가.
엉거주춤 정리를 하려는데,
" 왜, 가기 싫냐? "
저 멀리서 들려오는 과장님의 확인 사살. -_-+
에라 모르겠다. 나 최우석. 당돌함 빼면 뭐가 남는가.
총장님을 상대로 화장실 속내를 털어놓았던 나이지 않은가.
솔직해지자.
" 네~~ (헤헤헤) "
솔직했다. 그리고 통했다..... 그러나 과장님은 삐쳤다.
아마 우리 과장님이 술 마시러 가자고 했을 때,
대놓고 싫다고 한 사람은 내가 최초였으리라.
다들 이런저런 핑계를 주절주절 대면서도 대부분은 따라 나서야 했을 테지만,
나는 단방에 거절을 해 버린 것이다.
과장님은 기분 잡친 듯,
" 그럼 오늘은 들어가자. 간다. "
매우 쌀쌀한 바람이 불었다.
에어컨 바람 때문은 아니었는데, 칼바람을 맞는 느낌이었다.
평소에 뒤끝이 없어 내가 참 좋아하는 과장님이지만,
어쩐지 오늘의 여파는 짧게 끝날 것 같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과장님도 나같은 놈은 처음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과장님.
술 못 하는 쫄따구 둘이나 쫓아가서,
꾸벅꾸벅 졸며 술과 씨름하며 분위기 깨는 것보다야
차라리 술 센 후배를 찾아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내심이 현명하지 않을는지요.
좋은 마음으로 후배를 챙겨주시는 것이라면
과장님의 그 마음만은 정말 고맙게 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