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날 부끄러운 연예인의 사마/히메 용어 열풍
한글날 부끄러운 연예인의 ‘사마' '히메' 용어 열풍
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9일은 559회 한글날이다. 한글날이 가까워지면서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는 한글의 중요성을 알리고 외래어 남용을 성토하는 한글날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 기사들을 보면서 떠오르는 정반대의 풍경이 있다.
‘사마 대 사마’ ‘만사마’ ‘닭사마’ '이사마' ‘히메 돌풍’ '지우히메 이어 예진히메 열풍' ......... 바로 ‘사마’ ‘히메’라는 단어의 남발된 풍경이다.
연예인과 방송을 비롯한 대중매체에서 일본 단어 사마(さま)와 '히메(姬)'는 이제 우리말의 보통명사처럼 사용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단어의 사용 자제를 촉구하는 움직임은 어디에도 없다. 이제 "일본의 한국에 최대 수출품은 ‘사마’와 '히메'라는 단어"라는 말까지 등장하고 있을 정도가 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텔레비전을 켜면 연예인들이 구사하는 ‘사마’와 ‘히메’라는 단어는 거의 매일 들을 수 있고 신문이나 포털 뉴스를 보면 너무나 쉽게 ‘사마’와 ‘히메’라는 단어를 사용한 뉴스를 찾을 수 있다.
일본의 교도통신에서 2003년 ‘겨울연가’의 인기에 힘입은 한류가 일기 시작하면서 배용준을 ‘욘사마’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사마는 일본어에서 일반인들 이름 뒤에 붙이는 상(さん)보다 높인 ‘님’ ‘그분’의 이라는 존칭어이자 대명사이다. 물론 다른 뜻도 있지만 사람에게 붙일 때에는 존칭으로 쓰이는 단어이다. 히메 역시 ‘겨울연가’ 일본내 인기의 부산물이다. 여자 주연 최지우의 애칭으로 ‘지우히메’를 일본 언론들이 언급하면서 이내 한국 대중매체와 연예인들의 애용 단어로 떠 올랐다. '히메(姬)'는 아가씨 혹은 공주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일본 언론에서 보도하는 기사를 인용보도하면서 사용되는 ‘사마’와‘히메’라는 단어를 문제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언론이 국내 시청자나 네티즌, 독자들을 대상으로 해 연예인을 칭하면서 사마와 히메라는 단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을 문제 삼고자 한다. 그리고 연예인들이 전혀 상황에 맞지 않는데도 견강부회식으로 끌어다 쓰는 사마와 히메라는 일본 단어의 사용이 문제인 것이다.
‘욘사마’로 상징되는 한류는 일본에서 대단한 기세로 열풍을 일으켰고 한국 대중문화의 우월성을 알리는데 일조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은 일본에서 지칭한 표현이었다. 거기서 끝났어야했다. 하지만 우리의 대중매체와 일부 연예인들은 앞다퉈 사마라는 말을 남발했다.
이제 대중매체는 일본에 겨우 얼굴을 알린 우리 연예인들에게까지 ‘~사마 열풍’ ‘일본 열도 흔드는 ~사마’ ‘~사마 대 ~사마 대결’ ‘유사마’ ‘이사마’ 등 일본 존칭어를 우리 말처럼 아무 꺼림김없이 구사하고 있다.
연예인들은 한술 더뜬다. 조형기를 비롯한 수많은 연예인들이 오락 프로그램 등에 나와 자칭 자신들을 사마라고 떠든다. 웃기려고 하는 것도 정도가 있다. 존칭은 타인이 붙이는 것이다. 결코 자신이 자신의 이름에 붙이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개그 프로그램에선 개그맨들은 사마를 앞 다퉈 자신의 이름 뒤에 붙이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고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 출연하고 있는 정만호는 아예 애칭을 ‘만사마’로 정하기까지 했다.
일본 언론에서 유포시킨 일본 단어를 우리의 대중매체와 연예인들이 아무런 검증 없이 남용하는 것은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시킨다. 언어는 그 나라의 정신과 문화의 응축물이다. 사마는 단어로 끝나지 않는다.
9일은 한글날이다. 이날만이라도 연예인과 대중매체에서 상황에도 맞지 않는 ‘사마’라는 무분별한 단어 사용을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 연예인으로 일본에서 사마라는 존칭이 붙어 불리우는 배용준(윗쪽)과 히메라는 애칭으로 불리우는 최지우(아랫쪽).]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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